글쓰기/자작시, 글귀

시) 나비

라이피 (Lypi) 2020. 12. 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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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그러니까 잔가지 가득한 그곳에
내려앉은 것은 한 마리 나비였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나비.

손을 뻗어볼까? 놓치면 어쩌지?
가만히 바라볼까? 날아가버리면 어쩌지?
우리가 안절부절 못하는 그 사이에
나비는 날아가버렸다.

그러니까 새싹이 돋아난 그곳에
내려앉은 것은 한 마리 나비였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나비.

이번엔 망설이지 말아야지.
이번엔 놓치지 말아야지.
잽싸게 움켜진 내 손 안엔
힘없이 부숴진 잔해만 남았다.

그러니까 잎사귀가 울창한 그곳에
내려앉은 것은 한 마리 나비였다.
우리가 아직도 원하는 나비.

이번엔 조심해서 잡아야지.
부숴지지않게 조심해서 잡아야지.
그물망 속에 갇힌 너무 아름다운 나비는
천천히 말라죽었다.

그러니까
꽃이 핀 그곳에
내려앉은 것은 
한 마리 나비였다.

약하고 아름다운 나비.
내가 정성껏가꾼 나의 정원에 
자유롭게 자리잡은 나비.

 

insta : lypi_isa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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