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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자작시, 글귀 26

시) 우울함 한 컵, 무기력함 두 컵, 나머지는 무의미함으로 채워 넣었다.

우울함 한 컵, 무기력함 두 컵, 나머지는 무의미함으로 채워 넣었다. [2017.11.08] 삶이라는 큰 분류 중에 사람이라는 목록에 속해 있다. 삶이라는 큰 시간 중에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고 있다. 오늘이라는 세 컵보다 조금 긴 시간을 제목만큼 채워 넣었다. 매일 쓰는 재료들이라 남은 것들은 잘 밀봉하여 찬장에 정리하였다. 슬슬 새로운 재료들이 필요하였지만 손에 익은 재료들의 관성에 또 다시 다음으로 미뤄두게 되었다. 곧 더는 미루지 못할 시간들이 올 터였다. 그 시간들이 와서 우중충한 내 찬장을 화사하게 물들인다면 이 시는 지나간 어제가 되고 내 삶도 조금 평범해질 것이다. insta : lypi_isaak

시) 가시돋힌 날

가시돋친 날 내 감정이 가시가 되어 내 가슴을 뚫고나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뒤척이게만 하는 날 고슴도치 한 아이 가시를 눕히고 나에게 찾아와 내 품 안에 자리를 잡은 날. 그 아이가 너무 슬프게 보여서 다른 아이들 찾아올 품까지 내어주고 보니 정작 내 눈은 다른 아이들만 찾고 있는 날. 내 품 속의 이 아이 하나 온전히 품어주지 못하면서... 내 슬픔에 내치지도 못하면서... 내 존재의 방향이 혼란스러운 날. 이토록 슬픈 날 안아줄 그대가 필요했다. insta : lypi_issak

시) 너만 모르는 이야기

사실은 말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만약에 말야 좋아한다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니까 말야 좋아한다고 말했어야 했나? 이런 내 마음 그 사람도 알까? 사실은 말야 차라리 평생 몰랐으면 싶었다? 만약에 말야 차라리 평생 몰랐으면 좋았을까? 그러니까 말야 차라리 말하지 말걸 그랬나? 이런 내 마음 그 사람도 알까? 사실은 말야 만약에 말야 그러니까 말야 아무것도 아냐 insta : lypi_isaak

시) 버려진 자전거

버려진 자전거 싸늘해진 가을밤 길가에 버려진 자전거 한 대가 쓸쓸하다.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같이 길가에서 조용히 죽어가는 게 애처롭다. 언젠가 마침내 그 자전거 쓸쓸히 죽음을 맞으면 사체가 처리되듯 조용히 사라지겠지. 그 삶이 위태로운 버려진 자전거 한 대가 외로이 길을 걷는 내 시야 한 귀퉁이를 간지럽힌다. --- 난 그저 속상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insta : lypi_isaak

글귀) 그저 그렇게 걷는다.

시간은 물처럼 흘러서 삶을 풍화시킨다. 그저 풍화되는 삶은 결코 나아가지 못한다. 사람은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혹시라도 그대의 삶이 나아갔다면 그건 그대가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간보다 그대의 삶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에 그대가 풍화되고 있다면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지금부터 다시 걷기 시작하면 될 뿐이다. ------ 그저 다시 걸으면 될 뿐이다. insta : lypi_isaak

묵상) 렘 18:6-10

지으신 그분께서 악에서 돌이킨 자를 용서하시고 악으로 돌아간 자를 내치신다. 우리는 그렇게 못함에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신다. 중심을 못 보는 내가 용서하지 못할 때 중심을 보시는 그가 용서하셨다. 중심을 못 보는 내가 겉모습에 속을 때 중심을 보시는 그는 결코 속지 않으신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지혜이신 그분을 더 알아야 했다. --------- 육신은 감정의 노예, 감정은 호르몬의 노예. 그걸 거부할 수 있는 내 자아와 의지는 어디서 오는가. insta : lypi_isa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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