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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 4

시) 첫눈

첫눈 매년 이 맘때쯤 우리 처음 만났던 그 곳에 첫눈이 내리면 전화를 주셨지요. 예쁜 달이 떴을때도, 봄비처럼 사랑이 올때도, 벚꽃처럼 사랑이 휘날릴때도, 아니주시더니 첫눈만 오면 당신은 내게 전화를 주셨지요. 어느새 난 겨울만 기다리며 살아요. 겨울이오면 당신을 처음 만났던 곳으로 달려가 첫눈만 기다리며 살아요. 그러다가 기다리던 첫눈이 내리면 미친 사람마냥 다 던져두고 오매불망 당신 전화만 기다리며 살아요. 난 이렇게 혼자인데 그대는 목소리만 남기고 떠났으니 전 어찌 사나요. 그대 목소리에 길들여져버린 내가 당신없는 계절들은 어찌 사나요. 달이 뜨면 예쁜 달이 떳다고, 봄비가 오면 사랑이 온다고, 벚꽃이 피면 사랑이 피었다고, 전화를 해주시길 바래보지만 당신은 항상 첫눈으로만 오시네요. insta :..

시) 나비

나비 그러니까 잔가지 가득한 그곳에 내려앉은 것은 한 마리 나비였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나비. 손을 뻗어볼까? 놓치면 어쩌지? 가만히 바라볼까? 날아가버리면 어쩌지? 우리가 안절부절 못하는 그 사이에 나비는 날아가버렸다. 그러니까 새싹이 돋아난 그곳에 내려앉은 것은 한 마리 나비였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나비. 이번엔 망설이지 말아야지. 이번엔 놓치지 말아야지. 잽싸게 움켜진 내 손 안엔 힘없이 부숴진 잔해만 남았다. 그러니까 잎사귀가 울창한 그곳에 내려앉은 것은 한 마리 나비였다. 우리가 아직도 원하는 나비. 이번엔 조심해서 잡아야지. 부숴지지않게 조심해서 잡아야지. 그물망 속에 갇힌 너무 아름다운 나비는 천천히 말라죽었다. 그러니까 꽃이 핀 그곳에 내려앉은 것은 한 마리 나비였다. 약하고 아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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