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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우울함 한 컵, 무기력함 두 컵, 나머지는 무의미함으로 채워 넣었다.

우울함 한 컵, 무기력함 두 컵, 나머지는 무의미함으로 채워 넣었다. [2017.11.08] 삶이라는 큰 분류 중에 사람이라는 목록에 속해 있다. 삶이라는 큰 시간 중에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고 있다. 오늘이라는 세 컵보다 조금 긴 시간을 제목만큼 채워 넣었다. 매일 쓰는 재료들이라 남은 것들은 잘 밀봉하여 찬장에 정리하였다. 슬슬 새로운 재료들이 필요하였지만 손에 익은 재료들의 관성에 또 다시 다음으로 미뤄두게 되었다. 곧 더는 미루지 못할 시간들이 올 터였다. 그 시간들이 와서 우중충한 내 찬장을 화사하게 물들인다면 이 시는 지나간 어제가 되고 내 삶도 조금 평범해질 것이다. insta : lypi_isaak

시) 가시돋힌 날

가시돋친 날 내 감정이 가시가 되어 내 가슴을 뚫고나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뒤척이게만 하는 날 고슴도치 한 아이 가시를 눕히고 나에게 찾아와 내 품 안에 자리를 잡은 날. 그 아이가 너무 슬프게 보여서 다른 아이들 찾아올 품까지 내어주고 보니 정작 내 눈은 다른 아이들만 찾고 있는 날. 내 품 속의 이 아이 하나 온전히 품어주지 못하면서... 내 슬픔에 내치지도 못하면서... 내 존재의 방향이 혼란스러운 날. 이토록 슬픈 날 안아줄 그대가 필요했다. insta : lypi_iss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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